슈테판 대성당과 구시가

Vienna · 정류장 8곳 · ~65 min · 2.5 km

걸어서 정류장에 도착하면 그 자리의 해설이 저절로 재생됩니다. 무료이고 앱 설치도 가입도 필요 없습니다.

이 순서로 걷습니다

1. 슈테판 대성당

고개를 살짝 들어 지금 눈앞을 보세요.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거대한 고딕 양식의 건물, 바로 빈의 심장인 슈테판 대성당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검게 그슬린 외벽과 뾰족한 첨탑이 마음에 묵직한 전율을 전해주죠. 이 성당은 빈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였던 1945년, 도시를 휩쓴 대화재로 성당 전체가 불타는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지붕이 무너지고 유서 깊은 예술품들이 잿더미가 되었지만, 시민들은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기적처럼 살아남은 성당 북쪽 탑에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종인 '푸메린'이 매달려 있는데요. 전쟁으로 무너진 옛 종을 녹여 다시 만든 이 거대한 종은, 아픔을 딛고 일어선 빈의 불굴의 역사를 상징하듯 지금도 도시 전역에 묵직한 울림을 전합니다. 이제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내려, 지붕을 한번 자세히 보세요. 알록달록한 타일로 정교하게 짜여진 모자이크 지붕이 보일 겁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문장인 쌍두독수리가 화려한 색채로 새겨져 있는데, 거대한 규모의 고딕 건축물에 이토록 아기자기한 색감을 더했다는 게 참 놀랍지 않나요? 자, 이제 이 거대한 성당을 뒤로하고, 그 시절 빈 사람들의 또 다른 흔적이 남아 있는 거리로 걸음을 옮겨보겠습니다. 슈테판 광장을 벗어나 그라벤 거리 쪽으로 함께 걸어볼까요?

2. 페스트 기둥

자, 눈앞에 그라벤 거리 한복판에 기이하게 솟아 있는 거대한 조각상이 보이시나요? 마치 구름이 층층이 쌓인 것처럼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는 이것은 바로 페스트 기념탑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00년도 더 지난 1679년, 빈은 도시 인구의 거의 3분의 1을 앗아간 끔찍한 페스트의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당시 황제였던 레오폴드 1세는 이 재앙이 끝난다면 성 삼위일체께 바치는 거대한 기념탑을 세우겠다고 맹세했지요. 놀랍게도 전염병이 물러간 뒤, 황제는 자신의 약속을 지켜 이 바로크 양식의 역작을 세웠습니다. 자세히 보면 위쪽에는 천사들이 가득하고, 아래쪽으로 내려올수록 레오폴드 1세가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꼭 찾아봐야 할 관찰 포인트가 있습니다. 탑의 가장 아래쪽 어두운 기단부 부분을 눈여겨보세요. 인간의 형상을 한 흉측한 마귀, 즉 페스트라는 질병 그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가 천사의 칼에 짓눌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아주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답니다. 자, 이제 이 아픈 역사의 상처를 뒤로하고, 그라벤 거리를 따라 조금 더 걸어가 볼까요? 빈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제과점인 데멜로 여러분을 안내할게요.

3. 데멜

지금 여러분 눈앞에 달콤한 초콜릿 향이 풍기는 이 우아한 가게가 바로 비엔나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카페, 데멜입니다. 유리 쇼윈도 너머로 정교하게 진열된 케이크들을 보세요. 그냥 지나치기 정말 어렵죠. 1786년부터 황실에 과자를 납품해 온 데멜은 오스트리아 제과업의 자존심 같은 곳입니다. 이곳에는 비엔나 여행자라면 누구나 흥미로워할 만한 아주 유명한 라이벌 스토리가 숨어 있는데요. 바로 오리지널 자허토르테의 원조 자리를 두고 호텔 자허와 벌였던 수십 년간의 치열한 법적 공방입니다. 두 곳 모두 자신이 진짜 원조라고 주장하며 다퉜지만, 결국 데멜은 '에두아르트 자허토르테'라는 이름으로, 호텔 자허는 '오리지널 자허토르테'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로 합의를 보았답니다. 살구잼이 얇게 발린 진한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에 담긴 이야기가 참 흥미롭죠? 가게 안으로 들어가시지 않더라도, 유리창 너머로 하얀 제복을 입은 파티시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꼭 한번 관찰해보세요. 오랜 전통을 이어가는 그들의 진지한 손길에서 비엔나의 깊은 제과 문학이 느껴집니다. 자, 이제 달콤한 여운을 뒤로하고, 화려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흔적이 기다리는 미하엘러 광장으로 함께 발걸음을 옮겨볼까요?

4. 미하엘러플라츠

자, 지금 여러분의 발아래와 눈앞을 한번 둘러보세요. 광장 한가운데 뻥 뚫린 유적지가 보이시죠? 그리고 그 뒤로는 거대한 왕궁의 돔 지붕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사실 이 미하엘라 광장은 비엔나의 화려한 합스부르크 왕가와 고대 로마가 절묘하게 만나는 장소예요. 지금 보시는 저 로마 시대 유적은, 이 곳이 원래 '빈도보나'라는 이름의 로마 군사 주둔지였다는 증거랍니다. 유적 바로 뒤로 보이는 웅장한 문이 바로 호프부르크 왕가의 '미하엘라 문'인데요, 이 문 위의 거대한 돔은 비엔나의 상징 중 하나죠. 그런데 이 광장 주변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따로 있어요. 유적 바로 건너편에 창문이 뻥뻥 뚫린 아주 단순한 하얀 건물이 보이실 겁니다. 아돌프 루오스가 지은 이른바 '로스 하우스'인데요. 당시 왕궁의 우아한 바로크 양식만 보던 비엔나 시민들은 눈썹도, 장식도 없는 이 모더니즘 건물이 너무 흉물스럽다며 격분했다고 해요. 황제는 이 건물이 보기 싫어 아예 왕궁 창문을 닫아버리라는 지시를 내렸을 정도라니, 정말 상상이 가시나요? 유적의 바닥 돌과 저 멀리 로스 하우스의 매끈한 창문을 번갈아 가며 살펴보세요. 천 년이 넘는 시간의 간극이 이 작은 광장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답니다. 자, 이제 로스 하우스를 끼고 왼쪽 골목으로 걸어가, 왕궁 안쪽을 관통하는 '인 데어 부르크' 통로로 저와 함께 이동해 볼까요?

5. 인 데어 부르크

자, 지금 여러분이 서 계신 이곳은 호프부르크 왕궁의 가장 심장부인 안뜰, 인 데어 부르크입니다. 사방을 둘러싼 거대한 궁전의 벽면에서 수백 년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지 않나요? 이곳은 오랫동안 오스트리아를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권력이 숨 쉬던 무대였습니다. 왕궁의 역사만큼이나 건물마다 품은 세월의 결이 다 다른데요. 정면으로 보이는 르네상스 양식의 스위스 문은 왕궁에서 가장 오래된 부분으로, 중세의 향기를 물씬 풍깁니다. 그 바로 옆으로는 붉은 창틀이 매력적인 아말리엔부르크가 자리하고 있죠.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들이 거닐던 이 마당에 서 있으면,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화려했던 제국의 흥망성쇠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합니다.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건물들의 외벽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짙은 회색 돌벽 사이로, 황실의 문장과 정교하게 조각된 석조 장식들이 은은한 품격을 뽐내고 있습니다. 자, 이제 그 시절 귀족들의 발자취를 따라, 바로 옆에 숨겨진 또 하나의 아름다운 공간인 요제프 광장으로 함께 걸어볼까요?

6. 요제프스플라츠 & 국립도서관

자, 고풍스러운 궁전 건물들이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 이곳은 바로 요제프 광장입니다. 광장 한가운데서 말 타고 의연하게 앉아 있는 동상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한번 맞춰보세요. 여기는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가 남긴 지식의 보물창고,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이 있는 곳이에요. 특히 이 광장의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면 '프룬크잘'이라는 이름의 바로크 홀이 나오는데요, 영화나 소설에서나 볼법한 거대한 고서들이 천장까지 빽빽이 꽂혀 있는 모습이 정말 압도적입니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해서 수백 년 전의 서재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지요. 게다가 이 광장과 도서관 주변은 영화 역사에도 아주 특별한 장소예요. 명작 스릴러 영화인 '제3의 사나이'에서 주인공이 은밀한 추격전을 벌이던 바로 그 로케이션 촬영지이기도 하답니다.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저 동상을 올려다보세요.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모델로 삼아 로마의 영웅처럼 표현한 요제프 2세의 동상인데, 말의 근육과 옷자락의 주름까지 정말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제 광장을 빠져나와 웅장한 도심 속 예술의 산책로를 따라, 클림트와 모딜리아니의 명작이 기다리고 있는 알베르티나 미술관으로 함께 걸어가 볼까요?

7. 알베르티나 미술관

지금 탁 트인 테라스 아래로 보이는 거대한 저택이 바로 오스트리아를 이끌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 합스부르크 팔레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제국의 중심이었던 이 유서 깊은 공간이, 지금은 세계적인 미술품을 품은 알베르티나 미술관으로 멋지게 변모했죠. 이곳은 단순한 궁전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미술관 내부에는 모네부터 피카소까지, 근현대 미술사의 거장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눈부신 컬렉션이 가득 차 있거든요. 게다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소라비아 윙 테라스는 구시가의 스카이라인과 오페라하우스 주변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최고의 명소랍니다. 과거 황실의 권력이 머물던 자리에서 이제는 예술의 향기를 만끽하며 빈의 공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지요. 건물 외관을 자세히 보시면 우아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기둥과 조각들이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알베르티나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판화 소장품 중에서 그 유명한 뒤러의 산토끼 같은 진귀한 원본 드로잉도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자, 이제 예술의 여운을 뒤로하고 화려한 선율이 기다리는 다음 목적지인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볼까요?

8. 빈 국립 오페라

자, 우리의 마지막 여정이 펼쳐지는 이곳은 바로 빈 국립 오페라 극장입니다. 웅장한 르네상스 양식의 석조 건물이 뿜어내는 기품이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죠. 사실 이 극장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빈 시민들의 반응은 아주 차가웠습니다. 1869년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로 화려한 개막식을 올렸지만, 주변의 다른 건물들에 비해 높이가 낮아 '모자 밴드 박스' 같다며 거센 혹평을 받았거든요. 이 충격으로 극장 설계를 맡았던 건축가 중 한 명은 개막식 직전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고, 또 다른 건축가마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비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곳은 세계 오페라의 메카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비록 아픔으로 시작했지만, 음악을 향한 빈의 열정이 그 비극을 이겨내고 예술의 전당으로 꽃피운 셈이죠. 지금 정면 출입구 위쪽의 로지아를 자세히 살펴보세요. 울리히 힌트너가 조각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를 주제로 한 아름다운 프레스코 벽화가 보일 겁니다. 화려한 외관을 감상했다면, 이제 건물 측면 쪽으로 걸어가 보세요. 의상 한 벌 값도 안 되는 단 몇 유로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유명한 입석 표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진풍경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빈의 음악 사랑은 오늘날에도 이렇게 살아 숨 쉬고 있네요. 이것으로 슈테판 대성당과 구시가지를 아우르는 우리의 도보 여행을 모두 마칩니다. 함께 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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